Music Copyright Dispute
Bad Bunny 샘플 소송, 왜 본안 판단 없이 끝났나
샘플 클리어런스(sample clearance), 권리 체인, 그리고 본안 판단 없이 끝난 저작권 소송의 의미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곡이 다른 창작자의 음악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는 의혹은 언제나 큰 관심을 끕니다. 특히 샘플링이 활발한 음악 시장에서는 “두 곡이 얼마나 비슷한가”, “누구에게 크레딧이 돌아가야 하는가”, “수익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가”가 곧바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Bad Bunny의 곡 Enséñame a Bailar를 둘러싼 emPawa Africa 측의 소송도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원고는 emPawa Africa Music Services Limited와 Der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Ezeani Chidera Godfrey였고, 피고에는 Bad Bunny 본인뿐 아니라 Rimas Entertainment, The Orchard, Universal Music 관련 회사, Spotify, Apple 등 제작·출판·배급·스트리밍에 관련된 여러 주체가 포함됐습니다. 이 사건은 2025년 5월 2일 캘리포니아 중부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된 저작권 사건으로 사건기록(docket)에 등록됐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이 사건은 “Bad Bunny의 샘플 사용이 적법했는지”를 법원이 실체적으로 판단한 사건이 아닙니다. 법원은 원고 측의 소송수행 중단을 이유로 사건을 재소 금지적 기각(with prejudice dismissal)으로 종결했고, 피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입력했습니다. Justia에 공개된 판결문도 피고들에게 판결(judgment)이 주어지고, 원고들은 아무것도 회복하지 못하며, 사건이 종료됐다고 기재합니다.
이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피고 측에 유리하게 끝났다”는 말과 “법원이 샘플 사용의 적법성을 본안에서 인정했다”는 말은 다릅니다. 이 사건의 의미는 후자보다 전자, 즉 음악 저작권 분쟁에서 권리 체인과 소송수행이 얼마나 결정적인지에 있습니다.

1. 원고들은 무엇을 주장했나
소장에 따르면 원고들은 Dera가 2019년에 Empty My Pocket의 instrumental work를 만들었고, 이후 Joeboy가 가사와 보컬을 더해 별도의 작곡물(composition)과 녹음물(recording)이 형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그 저작물과 녹음물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다고 전제했습니다.
문제 된 곡은 Bad Bunny의 Enséñame a Bailar였습니다. 원고들은 이 곡이 Empty My Pocket의 요소를 허락 없이 샘플링하거나 포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장상 원고들은 사용 범위가 단순한 짧은 인용 수준이 아니라, 곡의 musical bed와 가사의 일부에 이를 정도로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위 내용은 원고들의 주장입니다. 법원이 “실제로 그렇게 사용됐다”고 인정한 사실이 아닙니다. 저작권 소송에서는 소장에 강한 표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소장에 적힌 내용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그 뒤에는 권리 보유, 침해 요소, 접근 가능성, 유사성, 허락 여부, 손해와 이익 등 여러 요소가 증거로 다뤄져야 합니다.
2. 피고 측의 핵심 반박은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피고 측은 문제 된 음악 사용권을 확보했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2023년 공개적으로 문제가 제기됐을 때 Rimas 측은 Lakizo Entertainment로부터 master track을 취득했다는 취지로 반박했고, 이후에도 Bad Bunny 측은 문제 된 음악을 사용할 권리를 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대로 원고들은 Lakizo에게 그런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장에는 Lakizo가 Empty My Pocket을 Bad Bunny 또는 Rimas 측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Lakizo가 저작자도 아니고 파생저작물 작성을 허락할 권한도 없었다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대목이 사건의 실질적인 중심입니다. 샘플 클리어런스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군가 허락했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허락할 권한을 실제로 가지고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음악 산업에서는 하나의 곡에도 여러 권리가 겹쳐 있습니다. 작곡과 가사에 관한 권리, 녹음물에 관한 권리, 배급권, 퍼블리싱(publishing) 권리, 수익배분 권리, 크레딧 문제가 분리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음원을 전달했더라도, 그 사람이 모든 필요한 권리를 보유하거나 대리할 수 있는지는 별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샘플 분쟁은 “두 곡이 비슷하게 들린다”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계약서, 권리 이전 문서, 공동저작자 관계, 중간 권리자의 권한, 사용 범위, 지역, 기간, 수익배분 조건이 함께 검토됩니다.
3. 왜 피고가 이렇게 많았나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한 곡의 샘플 분쟁에 왜 Spotify나 Apple 같은 플랫폼까지 이름이 들어가는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 저작권 소송에서는 피고군이 넓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하나의 곡이 시장에 나올 때는 창작자만 관여하지 않습니다. 레이블은 곡을 발매하고, 퍼블리셔는 저작권 수익을 관리하며, 배급사는 음원을 유통하고, 플랫폼은 소비자가 음악을 듣는 경로가 됩니다. 곡이 전 세계에서 스트리밍되고 수익화된다면, 원고는 그 유통과 수익화에 관여한 여러 주체를 함께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사건기록상 피고에는 Bad Bunny 본인, Rimas, The Orchard, Universal Music 관련 회사, Warner-Tamerlane Publishing, Spotify, Apple 등이 포함됐습니다.
다만 피고가 많다는 사실이 곧 각 피고의 책임이 인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역시 소송의 구조를 보여주는 정보일 뿐입니다. 실제 책임은 각 피고가 어떤 행위를 했는지, 어떤 권리를 행사했는지, 어떤 수익을 얻었는지, 침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마스터권과 작곡권은 왜 따로 봐야 하나
샘플링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마스터(master)와 작곡권의 분리입니다.
마스터는 쉽게 말해 특정 녹음물 자체에 관한 권리입니다. 어떤 음원을 그대로 가져와 새 곡에 넣는다면, 그 녹음물에 관한 권리가 문제 됩니다. 반면 작곡권은 멜로디, 리듬, 가사, 구조 등 음악저작물 자체에 관한 권리입니다. 샘플링이나 보간이 작곡적 요소를 활용한다면 작곡권도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샘플을 사용하려면 경우에 따라 두 갈래의 허락이 모두 필요할 수 있습니다. 녹음물 사용 허락만 받았다고 해서 작곡권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작곡권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녹음물 사용까지 모두 정리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작곡물과 녹음물을 나누어 주장한 것도 이런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원고들은 Empty My Pocket의 instrumental version, 이후 가사·보컬이 추가된 version, 작곡물과 녹음물을 나누어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샘플 클리어런스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
결국 샘플 클리어런스에서 실무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누구의 저작물 또는 녹음물을 사용하는가.
- 둘째, 그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
- 셋째, 허락한 사람이 실제로 그 권리를 보유하거나 대리할 권한이 있는가.
- 넷째, 허락의 범위가 새 곡의 실제 사용 방식과 일치하는가.
- 다섯째, 크레딧과 수익배분은 문서로 정리됐는가.
이 다섯 가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곡이 발매된 뒤에도 분쟁이 다시 열릴 수 있습니다.

5. 법원은 어디까지 판단했나
이 사건은 처음부터 바로 끝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사건기록에는 2025년 9월 일정명령이 입력됐고, 2027년 1월 배심재판 일정도 잡혔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후 절차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MBW 보도에 따르면 Godfrey 측 법률대리인은 2026년 1월 사건에서 물러났고, emPawa는 기한을 지키지 못해 별도로 소송에서 빠졌으며, Godfrey는 discovery hearing에 출석하지 않고 법원의 show cause order에도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Godfrey가 사건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고, 2026년 3월 9일 사건은 재소 금지적 기각으로 종결됐습니다. 같은 보도는 법원이 저작권 침해 주장의 본안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지점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재소 금지적 기각은 원고에게 매우 불리한 절차적 결과입니다. 같은 청구를 다시 제기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샘플 사용의 적법성이 본안에서 인정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민사소송에서는 때로 실체 판단까지 가지 못한 채 사건이 끝납니다.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법원 명령에 응답하지 않거나, discovery 절차에 참여하지 않거나,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법원은 사건을 더 진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결론도 그 성격을 갖습니다.
6. 변호사비 청구는 별개의 후속 쟁점이다
사건이 종결된 뒤에는 변호사비 청구가 이어졌습니다. Rolling Stone Canada는 Bad Bunny 측이 emPawa Africa를 상대로 465,612달러의 변호사비 지급을 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Bad Bunny 측은 Godfrey 개인에게는 지급을 구하지 않는다는 취지도 밝혔습니다.
Digital Music News는 Bad Bunny, Rimas, The Orchard, Spotify, Apple 측의 465,612달러 청구와 별도로, RSM Publishing과 Universal Music 측의 약 122,000달러 청구가 있어 전체적으로 약 60만 달러 규모가 문제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저작권법상 법원은 저작권 사건에서 승소한 당사자에게 합리적인 변호사비를 비용의 일부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량 판단 대상입니다.
따라서 2026년 4월 28일 공개자료 기준으로는 “피고 일부가 변호사비 지급을 구했다”는 표현이 안전합니다. “emPawa가 이미 465,612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거나 “Bad Bunny가 변호사비까지 받아냈다”고 단정하는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종 지급명령 여부는 법원 기록으로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7. 이 사건이 음악 산업에 주는 의미
이 사건은 Bad Bunny라는 세계적 아티스트의 이름 때문에 주목을 받았지만, 법적 의미는 훨씬 넓습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샘플과 보간은 더 이상 예외적인 제작 방식이 아닙니다. Afrobeats, Latin pop, hip-hop, electronic music 등 여러 장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지역 음악이 전 세계 플랫폼에서 빠르게 유통됩니다.
그만큼 권리 확인의 난도도 높아졌습니다. 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beat나 instrumental이 다른 지역의 레이블, 프로듀서, 배급사, 플랫폼을 거쳐 글로벌 곡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계약서와 권리 체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곡이 이미 세계적으로 유통된 뒤에야 분쟁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이 된 Lakizo 관련 쟁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Lakizo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 권리가 Bad Bunny 또는 Rimas 측의 사용을 허락할 정도였는지, emPawa와 Dera가 주장한 권리와 어떻게 충돌했는지는 본안에서 끝까지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샘플 사용의 적법성을 확정한 사례라기보다, 그런 쟁점이 본안 판단까지 가기 전에 절차상 종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8. 실무적으로 남는 교훈
음악 샘플을 사용하는 쪽에서는 “음원을 준 사람이 있었다”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마스터권을 보유했는지, 작곡권까지 허락할 수 있는지, 공동저작자가 있는지, 기존 레이블이나 퍼블리셔의 권리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구두 설명이나 이메일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권리 범위가 적힌 계약서와 클리어런스 문서가 중요합니다.
권리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원저작자이거나 권리자라는 점, 상대방이 보호되는 요소를 사용했다는 점, 사용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허락이 없었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해외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면 절차 관리가 본안 주장만큼 중요합니다.
이 사건은 원고의 주장이 옳았는지, 피고의 클리어런스가 완벽했는지를 법원이 끝까지 판단한 사례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음악 저작권 분쟁에서는 권리 체인이 문서로 정리돼야 하고, 소송이 시작된 뒤에는 절차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샘플 분쟁의 결과는 귀로 듣는 유사성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누가 권리를 가졌는지, 누가 허락했는지, 그 허락이 어디까지 유효한지, 그리고 법원 절차에서 그 내용을 어떻게 입증했는지가 함께 작동합니다. Bad Bunny 사건은 그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