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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코스 저작권, 이미 시작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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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어결 2026. 5. 14.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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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 골프코스 설계도면 · 한국 판례와 미국 법리

골프코스 저작권, 이미 시작된 논의

2020년 대법원 판례부터 2026년 골프코스 설계도면 판결, 그리고 미국 저작권법상 도면·코스·디지털 재현의 경계까지

1. 골프코스 저작권 논의는 2026년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골프코스는 자연지형 위에 만들어지는 공간입니다. 산의 경사, 물길, 토질, 주변 도로, 이용객 동선, 안전거리, 골프 규칙이 모두 설계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골프코스를 “예술작품”처럼 떠올리기보다는, 체육시설이나 영업시설에 가까운 기능적 공간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 법원은 이미 골프코스가 저작권법상 보호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여러 차례 판단해 왔습니다. 최근 주목받은 것은 2026년 대법원 판결이지만, 그보다 앞서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 판결은 스크린골프 사업자가 실제 골프장을 촬영한 뒤, 사진 등을 토대로 3차원(3D)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골프코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 영상을 제작·제공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요지는 “골프장의 골프코스는 설계자의 저작물에 해당하나”, 실제 골프장을 조성·운영하면서 외부로 표현되는 지형·경관·조경요소·설치물 등이 결합된 종합적 이미지는 골프장 운영자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정리했습니다.

따라서 2026년 판결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골프코스 창작성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쓰면 판례 흐름이 지나치게 단순해집니다.

더 정확하게는, 2020년 판결이 골프코스 자체의 저작물성을 이미 전제로 삼았고, 2026년 판결은 그 흐름을 이어 골프코스 설계도면 또는 골프코스에 나타난 선택·배치·조합의 창작성을 더 직접적으로 다룬 판결이라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2026년 2월 26일 선고된 대법원 2024다228661 사건은 미국 골프코스 설계회사가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 제작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이었습니다. 피고가 실제 골프코스를 재현한 영상을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포함하여 사용하자, 원고는 골프코스 설계도면에 관한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각 골프코스 설계도면에 시설물과 개별 홀들의 전체적 형태와 배치, 개별 홀을 이루는 기본 구성요소의 위치·모양·개수 등이 일정한 설계 의도에 따라 선택·배치되어 유기적 조합을 이룬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24다229671 사건에서는 국내 골프코스 설계회사들이 원고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골프코스 설계자가 여러 구성요소를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하여 다른 골프코스나 개별 홀과 구별되도록 창조적 개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각 골프코스에 나타난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이 단순 모방이 아니고 누구나 같거나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기존 골프코스와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골프코스 분쟁에서는 설계도면, 실제 골프장, 디지털 재현물의 권리관계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2. 2020년 판결: 골프코스와 골프장의 종합적 이미지를 나누어 보았다

2020년 대법원 판결은 두 층위가 함께 등장합니다. 하나는 골프코스의 저작물성이고, 다른 하나는 골프장의 종합적 이미지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입니다.

 

사건의 기본 구조는 이렇습니다. 스크린골프 사업자가 실제 골프장을 촬영한 후, 사진 등을 토대로 3D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골프코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 영상을 만들고 이를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했습니다. 골프장 운영회사들은 이 행위가 저작권 침해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심은 이 사건 골프장의 골프코스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원고들이 골프코스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아, 저작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전제로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판결문에는 “이 사건 골프장의 골프코스 자체는 설계자의 저작물에 해당하나”라는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정당하다고 본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골프코스 설계와 별도로, 골프장을 실제로 조성·운영하면서 형성된 지형, 경관, 조경요소, 설치물 등이 결합된 골프장의 종합적 이미지를 골프장 운영자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허락 없이 거의 그대로 재현한 스크린골프 영상 제작·사용 행위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성과 무단사용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이 판결이 남긴 구별은 실무상 중요합니다.

골프코스 설계는 설계자의 저작물 문제이고, 실제 골프장을 조성·운영하면서 형성된 종합적 이미지는 골프장 운영자의 성과 문제입니다. 두 권리는 주체도 다르고, 보호 논리도 다릅니다.

스크린골프나 가상현실 서비스 사업자가 골프장 소유자와 계약했다고 해서 설계자의 저작권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설계자와 계약했다고 해서 골프장 운영자의 성과 이용 문제, 명칭 이용 문제, 촬영 허락 문제가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2026년 판결은 이 구별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2024다228661 사건은 골프장 운영자의 성과가 아니라, 미국 설계회사가 작성한 골프코스 설계도면의 창작성과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2020년 판결과 2026년 판결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판결이 아닙니다. 골프코스 관련 권리관계를 설계자·운영자·디지털 재현 사업자로 나누어 보는 하나의 흐름을 이룹니다.


3. 2026년 판결: 기능적 제약은 창작성 부정의 자동 사유가 아니다

2026년 판결에서 대법원이 특히 강조한 것은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입니다. 골프코스 설계에는 지형, 안전, 경기 규칙, 이용자 편의, 골프 장비 성능, 유지관리 가능성 같은 현실적 제약이 있습니다. 이런 제약 때문에 누구나 비슷하게 설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제약만으로 창작성을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설계자는 같은 지형과 같은 경기 규칙 아래에서도 개별 홀의 흐름, 티잉 구역과 랜딩 지점의 관계, 벙커와 워터해저드의 위치, 그린 접근 동선, 홀 사이의 리듬, 시설물과 코스의 관계를 다르게 선택하고 배치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바로 이 선택·배치·조합에 창작적 표현이 담길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결을 “골프코스 전체에 강한 독점권을 부여한 판결”로 읽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창작성 판단 단계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침해 범위, 손해배상액, 침해금지 범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의미는 골프코스 또는 설계도면의 창작성을 기능적 제약만으로 배제해서는 안 되며, 보호되는 표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미국 법리와의 비교가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도면, 지도, 부지계획도, 건축도면에서 “사실·기능·아이디어”와 “구체적 표현”을 분리해 왔습니다. 한국의 2026년 판결은 미국식 표현으로 말하면, 기능적 요소를 걸러낸 뒤 남는 선택·배치·조합을 살펴보는 방향에 가까운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4. 미국법의 출발점: 도면 보호와 코스 자체 보호는 다르다

미국에서 같은 문제가 제기되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요. 결론은 청구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저작권법 17 U.S.C. §102(a)는 유형적 표현매체에 고정된 원저작물을 보호대상으로 삼습니다. 반면 §102(b)는 아이디어, 절차, 공정, 시스템, 운용방법, 개념, 원리, 발견 그 자체에는 저작권 보호가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이른바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Feist 판결도 같은 흐름에 있습니다. Feist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독립창작과 최소한의 창작성이 필요하다고 보면서, 사실 자체는 보호되지 않지만 사실의 선택·배열에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으면 보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7 U.S.C. §101은 회화·그래픽·조각 저작물에 지도, 도표, 다이어그램, 모형, 기술도면, 건축계획도를 포함한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골프코스 라우팅 플랜, 설계도면, 그레이딩 플랜, 조경도, 컴퓨터 지원 설계(CAD) 도면처럼 고정된 설계 표현은 미국법상 보호 가능성을 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골프코스 자체를 미국법상 건축저작물(architectural work)로 곧바로 보호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현행 §101은 건축저작물을 “건물의 설계”로 정의합니다. 건축저작물은 건물, 건축계획도, 도면에 구현된 전체 형태와 공간·요소의 배열 및 구성을 포함하지만, 개별 표준요소는 제외됩니다. 이 문언만 놓고 보면 골프코스 자체는 현행 건축저작물 정의에 명시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이 차이가 미국 분석의 출발점입니다. 설계도면을 복제한 사건과 실제 골프장을 촬영·스캔하여 가상공간에 재현한 사건은 미국에서 같은 방식으로 다뤄지기 어렵습니다.

5. 미국 판례 1: 도면·지도·부지계획도는 보호될 수 있다

미국 판례는 설계도면이나 부지계획도, 지도에 담긴 표현을 무조건 배제하지 않습니다.

Mason 사건

Mason v. Montgomery Data 사건에서 제5순회항소법원은 지도는 사실 정보를 담고 있지만, 사실의 선택·조정·배열과 그 사실을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창작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Mason의 지도는 여러 출처에서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하고, 지도상에 표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창작성을 가진다고 판단되었습니다.

Sparaco 사건

Sparaco v. Lawler, Matusky, Skelly Engineers 사건도 중요합니다. 이 사건의 대상은 부지계획도였습니다. 제2순회항소법원은 기존 부지의 지형이나 경계, 시설 위치 같은 사실 자체는 보호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안된 개선사항, 건물 윤곽, 주차장, 도로, 보도, 유틸리티, 조경, 지형 변경 등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부지계획도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보호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들을 골프코스 설계도면에 적용하면, 미국 법원도 설계도면 자체의 보호 가능성은 열어둘 가능성이 있습니다. 골프코스의 지형, 거리, 고도, 자연 조건은 사실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 위에 어떤 홀을 어떤 순서로 배치할지, 해저드와 그린을 어떤 구조로 구성할지, 동선과 경관을 어떻게 연결할지는 도면에 담긴 구체적 표현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설계자가 자신의 도면, CAD 파일, 라우팅 플랜이 직접 복제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저작물성 단계에서는 일정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그 보호는 도면에 담긴 구체적 표현에 한정됩니다.

6. 미국 판례 2: 추상적 설계 콘셉트는 보호되지 않는다

반대로 미국 판례는 추상적 설계 방향이나 기능적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신중합니다.

 

Attia v. Society of New York Hospital 사건에서 원고는 병원 확장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자신이 제시한 설계 구상이 복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제2순회항소법원은 새 건물을 특정 위치에 배치하는 것, 기존 복도와 새 복도를 연결하는 것, 교통 흐름을 만드는 것, 응급시설과 기계층을 특정 위치에 두는 것 등은 보호되는 표현이 아니라 일반적 성격의 아이디어라고 보았습니다.

 

이 법리를 골프코스에 대입하면, “전략적인 코스”, “자연지형을 살린 코스”, “난이도와 재미를 동시에 고려한 코스”, “시그니처 홀을 중심으로 구성한 코스” 같은 표현만으로는 보호범위를 정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법원은 그런 주장에 대해 구체적 표현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볼 가능성이 큽니다.

 

Baker v. Selden도 배경 법리로 중요합니다. 이 판례는 저작권이 책에 표현된 설명은 보호할 수 있지만, 그 책이 설명하는 회계 시스템이나 사용 방법 자체까지 독점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기능적 설계물의 저작권 분쟁에서 이 원리는 여전히 기본선으로 작동합니다.

 

또 Zalewski v. Cicero Builder Development 사건은 건축저작물 침해에서 단순한 복제와 위법한 복제를 구별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저작물의 모든 부분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며, 보호되지 않는 요소를 복제한 것은 곧바로 위법한 복제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건축 법규, 지형, 기존 구조물, 공학적 필요, 양식, 시장수요 등에서 비롯되는 요소는 보호범위에서 걸러질 수 있습니다.

 

골프코스 설계에서도 티, 페어웨이, 러프, 벙커, 그린, 워터해저드, 카트길, 안전거리, 18홀 구조 등은 상당 부분 표준적·기능적 요소입니다. 미국 법원은 이런 요소들을 먼저 걸러낸 뒤, 남는 창작적 표현이 무엇인지 살펴볼 가능성이 큽니다.

7. 미국 판례 3: 보호는 인정되어도 얇을 수 있다

미국에서 골프코스 설계도면의 저작권이 인정되더라도, 보호범위는 얇은 보호(thin copyright)에 머무를 가능성이 큽니다.

 

Intervest Construction v. Canterbury Estate Homes 사건에서 제11순회항소법원은 주택 평면도와 같은 건축도면에서 보호되는 것은 표준적 건축 요소 자체가 아니라 그 요소들의 원창작적 배열과 조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건축저작물의 보호범위가 편집저작물처럼 얇게 평가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Design Basics v. Lexington Homes 사건에서도 제7순회항소법원은 단독주택 설계가 유사한 표준 설계가 많은 영역이라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설계도가 원고 설계도의 보호되는 원창작적 표현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골프코스 설계도면도 비슷한 문제를 가집니다. 골프코스는 자유로운 예술작품처럼 제한 없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경기 규칙, 지형, 안전, 유지관리, 이용자 경험, 경제성이라는 조건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저작권이 인정되더라도, 침해 판단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비교가 필요할 것입니다. 단순히 “홀의 흐름이 비슷하다”거나 “벙커와 해저드가 유사하다”는 수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8. 완성된 골프코스 자체를 미국에서 보호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완성된 골프코스 자체입니다.

 

Kelley v. Chicago Park District 사건에서 제7순회항소법원은 살아 있는 정원은 저작권법상 저작성과 고정성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정원이 살아 있는 식물과 자연력에 의해 계속 변하고, 안정적으로 고정된 기준점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조경 설계자가 정원 구상을 글, 도표, 도면, 종이 또는 디지털 저장장치에 기록하면 그 고정된 표현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골프코스는 정원보다 인공적 요소가 훨씬 강합니다. 코스의 라우팅, 토공, 해저드, 그린, 티, 관개시설, 카트길은 모두 설계와 시공의 산물입니다. 그럼에도 미국 현행법에서는 코스 자체를 건축저작물로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 자연지형, 잔디, 조경, 계절, 관리 상태에 따라 실제 모습이 계속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 미국법 아래에서 실제 골프코스를 촬영하거나 라이다(LiDAR)·드론·사진측량 등으로 스캔한 뒤 이를 가상공간에 재현한 경우, 설계자가 곧바로 “골프코스 자체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설계도면, CAD 파일, 라우팅 플랜, 그레이딩 플랜, 3D 모델 등 고정된 설계 표현을 사용했거나 실질적으로 복제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7 U.S.C. §120도 참고할 만합니다. 이 조항은 건축저작물이 공공장소에서 보이는 건물에 구현되어 있는 경우, 그 건물에 관한 사진·그림 등 시각적 표현을 만드는 것을 일정하게 허용합니다. 이 규정은 “건물”을 전제로 하므로 골프코스에 곧바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미국 저작권법이 완성된 물리적 공간의 외관 재현을 무조건 강하게 통제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미국에서는 도면 복제와 실제 코스의 디지털 재현이 같은 방식으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다.

9. BIRDIE Act가 보여주는 미국 제도의 빈틈

미국에서 골프코스 보호가 불분명하다는 점은 2024년 제출된 BIRDIE Act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법안은 17 U.S.C. §101의 건축저작물 정의를 개정하여, 골프가 이루어지는 코스의 디자인을 건축저작물 정의에 포함시키려는 제안이었습니다. 법안은 골프코스 디자인을 건축계획도나 도면 등 유형매체에 구현된 것으로 포섭하고, 조경, 관개시설, 경로, 그린, 티, 연습시설, 벙커, 호수, 지형 요소 등을 열거했습니다.

 

다만 이 법안은 현행 확정 법률이 아닙니다. Congress.gov 기준으로 H.R. 7228은 2024년 2월 5일 하원에 제출되어 하원 법사위원회에 회부되었고, 법안 상태는 “제출됨(Introduced)”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BIRDIE Act의 존재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 첫째, 미국의 현행 저작권법이 이미 골프코스 자체를 명확히 보호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건축저작물 정의에 골프코스를 추가하는 입법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둘째, 미국 골프코스 설계업계는 디지털 재현과 시뮬레이션 산업의 확장으로 인해 기존 법체계만으로는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골프코스건축가협회(ASGCA)도 BIRDIE Act를 지지하면서, 1990년 건축저작물 보호가 건물에는 적용되었지만 골프코스는 포함하지 않았고, 디지털 기술과 시뮬레이션 산업이 골프코스 디자인을 복제·수익화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10. 미국에서 같은 소송이 제기된다면 어떤 결론이 날까

미국에서 한국의 스크린골프 사건과 유사한 소송이 제기된다면, 결론은 청구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1) 설계도면이나 CAD 파일을 복제한 경우

설계자가 자신의 설계도면, CAD 파일, 라우팅 플랜, 그레이딩 플랜이 직접 복제되었다고 주장하고, 그 도면에 창작적 선택·배치·조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면 미국 법원도 저작물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7 U.S.C. §101은 기술도면과 건축계획도를 회화·그래픽·조각 저작물 범주에 포함하고 있고, Mason과 Sparaco 판례도 지도·부지계획도에 담긴 표현의 보호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침해 인정은 별개입니다. 법원은 지형, 거리, 고도, 골프 규칙, 안전거리, 표준적 코스 요소를 걸러낸 뒤 남는 표현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복제되었는지 볼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보호범위는 넓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2) 실제 코스를 촬영·스캔하여 가상공간에 재현한 경우

피고가 설계도면을 입수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실제 골프장을 촬영·스캔하여 3D 영상 또는 시뮬레이션 코스를 만든 경우에는 원고의 저작권 주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현행 미국법상 완공된 골프코스 자체가 건축저작물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고, Kelley 판례처럼 살아 있는 조경·자연 요소가 결합된 공간은 고정성과 저작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고는 실제 코스 자체보다, 그 재현물이 설계도면의 보호되는 표현을 실질적으로 가져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단순 촬영이나 스캔만으로는 도면의 저작권 침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사안도 생길 수 있습니다.

3) BIRDIE Act와 같은 입법이 통과된 경우

BIRDIE Act와 같은 법안이 통과되어 골프코스가 건축저작물 정의에 명시적으로 포함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안 문언은 골프코스 디자인 자체와 조경, 관개시설, 경로, 그린, 티, 벙커, 호수, 지형 요소 등을 건축저작물 보호 체계 안에 넣으려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 미국에서도 실제 골프코스를 디지털로 재현하는 사업자는 설계자 라이선스를 더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표준요소, 기능적 요소, 지형적 사실, 공정이용, 라이선스 범위, 등록 시기, 손해배상 범위 같은 쟁점은 여전히 남습니다.

4) 등록과 손해배상 문제

미국 소송에서는 등록 문제도 중요합니다. 17 U.S.C. §411(a)는 미국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면 원칙적으로 사전등록 또는 등록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또 §412는 등록 시기에 따라 법정손해배상과 변호사 비용 회복 가능성을 제한합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골프코스 설계도면 관련 분쟁을 준비한다면, 단순히 창작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등록 전략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11. 한국 판례와 미국 법리의 차이

한국과 미국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법체계 모두 기능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 보호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지 않습니다. 한국 대법원은 선택·배치·조합에 창작적 표현이 있으면 골프코스 또는 설계도면의 창작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미국 판례도 도면, 지도, 부지계획도에서 사실·기능·표준요소를 제외하고 남는 표현을 보호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차이도 큽니다.

한국은 2020년 판결에서 골프코스 자체를 설계자의 저작물로 전제하면서, 동시에 골프장의 종합적 이미지를 골프장 운영자의 성과로 보아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를 인정했습니다. 2026년 판결은 그 흐름 위에서 설계도면과 골프코스의 선택·배치·조합에 관한 창작성 판단을 더 직접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미국은 설계도면 보호에는 비교적 익숙한 틀이 있지만, 완성된 골프코스 자체를 현행 저작권법상 건축저작물로 명확히 보호하는 구조는 아직 아닙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도면을 복제했는가”와 “코스를 촬영·스캔해 재현했는가”가 더 크게 갈릴 수 있습니다. BIRDIE Act가 등장한 배경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12. 실무상 의미: 이제는 허락의 주체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이 판례 흐름은 골프장과 스크린골프 업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실제 공간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골프코스, 테마파크, 리조트, 경기장, 전시장, 복합문화공간처럼 물리적 공간이 영상, 데이터, 3D 모델, 시뮬레이션으로 전환되는 시장에서는 비슷한 쟁점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허락의 주체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골프장 소유자 또는 운영자의 허락은 현장 촬영, 명칭 사용, 시설 이미지 이용, 영업상 성과 이용 문제와 연결됩니다. 설계자의 허락은 설계도면, 라우팅, 홀 구성, 코스의 선택·배치·조합에 관한 저작권 문제와 연결됩니다. 데이터 제작업체나 플랫폼 사업자와의 계약은 3D 모델, 시뮬레이션 데이터, 영상, 2차적 저작물 작성, 해외 서비스 제공 범위와 연결됩니다.

 

설계자와 설계회사는 창작 과정을 문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종 도면만 남기는 것보다, 초기 라우팅 대안, 설계 의도 메모, 홀별 콘셉트, 해저드 배치 이유, 지형 대응 방식, 수정 전후 도면, CAD 또는 지리정보시스템(GIS) 레이어, 3D 모델 파일을 정리해 두는 것이 분쟁에서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재현 사업자는 이용허락 범위를 더 세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골프장 소유자로부터 촬영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설계도면의 저작권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설계자와 라이선스를 체결했다고 해서 골프장 운영자의 성과나 명칭, 상표, 시설 이미지 이용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13. 결론: 2026년 판결은 단절이 아니라 연장선이다

한국에서 골프코스의 저작물성 논의는 2026년에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2020년 대법원 판결은 이미 골프코스가 설계자의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전제를 두고, 골프장의 종합적 이미지를 골프장 운영자의 성과로 보호했습니다. 2026년 판결은 그 흐름 위에서 골프코스 설계도면과 골프코스의 창작성 판단 기준을 더 직접적으로 다룬 판결입니다.

 

미국에서도 설계도면 자체는 보호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도, 부지계획도, 건축도면 판례를 보면, 사실·기능·표준요소를 제외하고 남는 구체적 표현은 저작권 보호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완성된 골프코스 자체를 현행 미국법상 건축저작물로 보호하는 문제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같은 소송이 제기된다면 결론은 청구 구성에 따라 갈릴 것입니다. 도면이나 CAD 파일 복제 사건이라면 설계자에게 일정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코스를 촬영·스캔해 디지털로 재현한 사건이라면 현재 법제에서는 더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BIRDIE Act와 같은 입법이 통과된다면 그 균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골프코스 저작권 분쟁의 핵심은 “보호될 수 있는가”라는 추상적 질문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쟁점은 “누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무엇이 보호되는 표현인가”, “그 표현이 디지털 재현물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가”, “그 사용이 계약과 라이선스 범위 안에 있었는가”입니다. 판례의 흐름은 보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실제 승부는 권리의 특정과 증거의 구체성에서 갈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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