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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AI를 썼다면 어디까지 알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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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어결 2026. 7. 1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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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의 ‘AI 사용’ 표시는 소비자 정보인가, 개발자 낙인인가

게임업계의 생성형 AI 공개 논쟁으로 본 플랫폼 정책·소비자 보호·저작권 리스크

게임을 구매하기 전 이용자는 장르와 가격, 이용자 평가, 지원 언어 등을 살펴봅니다. 최근 일부 스팀 상점 페이지에는 한 가지 정보가 더 등장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용됐다는 설명입니다.

 

밸브는 2024년 1월 스팀에 제출되는 게임의 생성형 AI 사용 방식을 콘텐츠 설문에서 설명하도록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개발사가 제출한 내용의 상당 부분은 해당 게임의 상점 페이지에도 표시됩니다. 현재 스팀웍스(Steamworks) 문서에서도 콘텐츠 설문은 게임의 상점 페이지와 제품 빌드를 출시 전 심사에 제출하기 전에 작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2026년 6월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의 인터뷰로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스위니는 AI 도구가 게임 제작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스팀의 AI 사용 표시가 일부 이용자에게 낙인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를 ‘AI 주홍글씨’에 빗대며 개발사의 시장 진입과 성공 가능성에 부담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소비자가 게임의 제작 방식을 알고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 논쟁을 이해하려면 AI 기술에 대한 호불호보다 스팀이 실제로 무엇을 묻는지, 플랫폼 정책이 개발사에 어떤 의무와 위험을 만드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스팀은 AI 사용에 관해 무엇을 묻고 있나

스팀웍스의 콘텐츠 설문에는 생성형 AI를 다루는 별도 항목이 있습니다. 다만 개발 과정에 사용된 모든 AI 기능을 동일한 수준으로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공식 문서에 따르면 설문의 초점은 업무 효율 향상 자체보다, AI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게임에 포함되어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지에 맞춰져 있습니다. 예시로는 아트워크, 사운드, 내러티브, 현지화 등이 제시됩니다. 코드 작성 보조나 버그 탐지 같은 내부 도구를 모두 일률적으로 면제한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소비하는 콘텐츠와의 연결 여부가 주요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스팀은 생성형 AI 콘텐츠를 다시 두 유형으로 나눕니다.

첫 번째는 사전 생성 콘텐츠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만든 뒤 게임에 포함하는 이미지, 음향, 대사, 번역 등의 결과물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실시간 생성 콘텐츠입니다. 게임이 실행되는 동안 AI가 대화나 이미지, 음향 등을 만들어내는 경우입니다. 이 유형에는 추가 요구가 붙습니다. 개발사는 불법 콘텐츠가 생성되지 않도록 어떤 안전장치를 두고 있는지도 설문에서 설명해야 합니다.

스팀이 AI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밸브는 사전 생성 AI 콘텐츠도 비AI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출시 전 심사하며, 게임에 불법 또는 권리 침해 콘텐츠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이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AI 사용 여부”보다 다음 질문에 놓여 있습니다.

  • AI가 게임의 어느 단계에서 사용됐습니까?
  • 그 결과물이 플레이어가 접하는 최종 콘텐츠에 포함됐습니까?
  • 게임 실행 중 콘텐츠를 새로 생성합니까?
  • 권리 침해와 불법 콘텐츠를 막기 위한 검토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까?
스팀의 생성형 AI 설문은 플레이어가 접하는 콘텐츠와 실시간 생성 기능을 구분해 설명하도록 합니다.

2. 소비자 정보인가, 개발자에게 붙는 낙인인가

팀 스위니의 비판은 AI 도구의 사용 범위보다 표시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스위니는 게임 제작비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AI를 비롯한 생산성 도구가 소규모 개발사와 신생 스튜디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모든 배경 사물과 반복적인 자산을 큰 비용을 들여 처음부터 제작하기보다, AI로 초안을 만든 뒤 사람이 디자인과 품질을 다듬는 방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는 스팀의 AI 표시가 실제 사용 범위와 상관없이 부정적인 신호로 소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스위니의 발언은 개발사가 실제로 입은 손해를 입증하는 자료는 아닙니다. AI 표시가 특정 게임의 매출 감소나 부정적 평가를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의 발언은 AI 표시가 평판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업계 당사자의 우려로 다루는 편이 적절합니다.

 

소비자 정보 제공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밸브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Strike)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 아이 산체스(Ayi Sánchez)는 개인 발언에서 AI 표시를 식품의 성분표에 비유했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의 제작 방식과 내용을 확인한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다만 이는 밸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회사 입장이 아니라 개인의 견해입니다.

 

두 의견은 서로 다른 위험을 보고 있습니다.

개발사 측에서는 AI라는 표시가 사용 범위보다 강한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내부 번역 초안을 만들 때 일부 사용한 경우와 최종 캐릭터 이미지를 직접 생성한 경우가 같은 범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측에서는 제작 방식이 상품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인간 창작자의 참여 정도, 저작권의 안정성, AI 생성 결과물에 대한 품질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용자에게는 AI 사용 여부와 범위가 구매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AI 공개 정책은 표시의 유무만큼 표시의 구체성이 중요합니다. “AI를 사용했다”는 한 줄만으로는 개발사가 무엇을 했는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부 업무 도구부터 최종 결과물 제작까지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하나의 라벨로 묶으면 소비자가 실제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AI 사용 기록은 인간의 창작 기여, 권리 검토, 최종 콘텐츠 반영 여부와 외부 설명까지 연결되어야 합니다.

6. 업계는 AI 사용 단계를 나누기 시작했다

실제 게임사들의 설명을 보면 AI 사용 여부를 하나의 답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가 드러납니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7(Call of Duty: Black Ops 7)의 스팀 페이지에는 개발팀이 일부 게임 내 자산의 개발을 돕기 위해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한다는 취지의 설명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개별 이미지나 음향, 아이템이 AI의 도움을 받았는지는 해당 문구에서 특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정 콜링 카드나 이미지가 AI로 만들어졌다고 공식 확인 없이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례는 포괄적인 공시가 가진 한계도 보여줍니다. 소비자는 AI 사용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사용 범위와 인간의 수정 정도까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영업상 세부 정보를 모두 공개하기 어렵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한 줄의 설명만으로 실제 제작 방식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캡콤(Capcom)은 2026년 5월 공식 실적 발표 질의응답에서 게임 경험의 핵심 창의성은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동시에 개발자가 본질적인 가치 창출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반복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보조 도구로 생성형 AI를 활용한다는 현 단계의 방침을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방침은 AI 활용을 세 층으로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1. 내부 업무 보조

반복 작업, 자료 정리, 품질 확인, 개발 지원에 사용하는 단계입니다.

2. 최종 콘텐츠 제작

이미지, 사운드, 대사, 번역 등 플레이어가 직접 접하는 결과물에 반영하는 단계입니다.

3. 외부 공개

플랫폼 설문, 상점 페이지, 광고,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단계입니다.

세 단계의 내용이 일치해야 합니다. 내부에서는 최종 콘텐츠 제작에 AI를 사용하면서 외부에는 단순한 업무 보조라고 설명하거나, 반대로 제한적인 내부 활용을 최종 콘텐츠 전체의 AI 제작처럼 표현하면 불필요한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7. 개발사가 출시 전에 정리해야 할 다섯 가지

AI 사용 정책을 준비할 때는 추상적인 윤리 선언보다 실제 제작 흐름을 기록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① AI 사용 지도를 만듭니다

기획, 코드, 이미지, 사운드, 현지화, 마케팅 등 개발 단계별로 어떤 AI 도구가 사용됐는지 정리합니다. 회사가 제공한 공식 도구뿐 아니라 직원 개인이 사용한 외부 서비스와 외주사의 사용 여부도 확인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습니다.

② 최종 콘텐츠 반영 여부를 구분합니다

AI로 만든 초안이 폐기됐는지, 사람이 수정해 최종 게임에 반영했는지, AI 출력물이 거의 그대로 사용됐는지를 나눕니다. 사용 사실만 기록하기보다 결과물의 이동 경로를 남겨야 합니다.

③ 인간의 수정과 검수 과정을 기록합니다

누가 최종 표현을 선택했는지, 어떤 부분을 다시 그리거나 편집했는지, 권리 침해 가능성을 어떻게 검토했는지를 기록합니다. 이는 저작권 보호 가능성과 분쟁 대응 과정에서 모두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④ 권리와 이용약관을 확인합니다

AI 서비스가 생성 결과물의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는지, 입력한 자료가 서비스의 학습에 사용되는지, 회사의 미공개 자료나 제3자의 저작물을 입력해도 되는지 확인합니다. 외주계약에는 AI 사용 여부와 결과물에 대한 보증·자료 제공 범위를 구체적으로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⑤ 플랫폼 제출 문구와 홍보 문구를 맞춥니다

스팀 설문, 상점 페이지, 공식 홈페이지, 보도자료, 인터뷰에서 서로 다른 설명이 나오지 않도록 담당 부서가 같은 기준을 공유해야 합니다. 출시 이후 AI 기능이 추가되는 경우 콘텐츠 설문과 상점 페이지를 어떻게 갱신할지도 미리 정해야 합니다. 스팀웍스 문서상 출시 승인을 받은 뒤 설문 내용을 변경하려면 스팀 고객지원을 통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AI 표시는 정확한 설명이어야 합니다

스팀의 AI 공개 정책은 법률상 일반 공시제도와 구분됩니다. 그러나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는 개발사에는 계약, 심사, 마케팅,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이 연결되는 실무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표시가 붙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게임의 품질이나 윤리성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AI 사용 설명이 있다고 해서 저작권 문제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최종 콘텐츠에 AI가 상당 부분 관여했고 그 제작 방식이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 방식 역시 분쟁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개발사에 필요한 것은 “AI를 사용했다”는 포괄적인 한 문장보다 정확한 내부 기록입니다. 어떤 도구를 어디에 사용했고, 무엇이 최종 콘텐츠에 반영됐으며,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외부에 공개하는 문구도 그 기록에 맞춰야 합니다.

 

AI 표시가 불필요한 낙인으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공개 범위를 세분화해야 합니다. 소비자 정보로 기능하려면 설명이 실제 제작 과정과 일치해야 합니다. 앞으로 게임업계에서 논의될 사안은 AI라는 단어를 붙일지 말지에 머물지 않습니다.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어떤 문장으로 설명할 것인지가 플랫폼과 개발사, 소비자 사이의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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