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I 학습과 저작권의 충돌: ‘공정 이용’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AI

by 로이어결 2026. 2. 28. 13:51

본문

미국에서 생성형 AI가 저작물을 학습하는 행위 자체가 공정 이용(fair use)인지를 두고, 하급심 법원 판단이 빠르게 쌓이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시기(2025년 6월) 같은 법원 관할(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서 나온 Anthropic 사건과 Meta 사건이 “학습은 공정 이용일 수 있다”는 큰 흐름을 공유하면서도, 결정적 분기점은 전혀 다른 곳에서 갈렸다는 점입니다.

공정 이용(저작권법 §107)에서 진짜 싸움이 나는 지점

공정 이용은 흔히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이면 된다”로 단순화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소송에서 승패를 가르는 건 대개 더 복잡합니다.
특히 AI 학습은 저작물 전체를 대량 복제하는 구조라서, 법원은 ① 이용 목적의 변형성(1요소)과 ② 시장 대체·시장 훼손(4요소)을 중심으로 논리를 세우되, **사실관계(데이터를 어떻게,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가져왔는지)**가 결론을 좌우하는 양상입니다.

1. Bartz v. Anthropic: “학습”과 “해적판 라이브러리”를 분리해 본 판결

Alsup 판사는 합법적으로 취득한 책(구매 후 스캔 포함)을 모델 학습에 쓰는 행위는 공정 이용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반면, ‘섀도 라이브러리(해적판)’에서 대량 다운로드해 영구 보관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부분은 공정 이용으로 정리되지 않았고(나아가 책임이 남는 방향), 결국 “학습”과 “수집·보관”을 사실상 두 개의 행위로 갈라 봤습니다.

제가 이 결정을 높게 보는 지점은 여기입니다. AI 학습을 둘러싼 공정 이용 논쟁은 결국 ‘모델이 뭘 할 수 있느냐’(변형성)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 능력을 만들기 위해 어떤 복제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로 넘어가야 합니다. Anthropic 판결은 그 경계선을 “학습”이라는 목적 자체보다도, 학습을 가능하게 만든 데이터의 조달·보관 구조에서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Bartz v. Anthropic

2. Kadrey v. Meta: 공정 이용 인정, 하지만 “면죄부”와는 거리가 있다

Chhabria 판사는 Meta가 책을 학습에 활용한 행위에 대해, 당시 기록(record)과 주장 구성을 전제로 공정 이용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판결문과 이후 해설들을 보면, 이 사건은 “AI 학습은 무조건 합법”이라기보다 원고 측이 ‘시장 훼손(4요소)’을 설득력 있게 세우지 못한 점이 크게 작동한 케이스에 가깝습니다. 법원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시장 피해”와 “소송에서 입증된 시장 피해”를 엄격히 구분했고, 일부 시장 훼손 논리(간접 대체 등)는 주장·입증 방식의 한계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판결에서 제가 읽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AI 학습 공정 이용의 ‘핵심 전장’은 점점 4요소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변형성 논쟁은 출발점이지만, 최종 결론은 “그래서 창작물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변했나/변할 것인가”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두 판결을 함께 놓고 보면: ‘변형성’보다 더 날카로운 쟁점 3가지

1. ‘데이터 출처’는 별도의 심판대가 된다

공정 이용은 저작권법 §107의 4요소로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불법 복제물(해적판)에서 출발한 수집·보관이 있으면, 학습의 변형성과 별개로 사건이 꼬입니다. Anthropic이 대표적입니다. 즉, “학습은 공정 이용”이라도 불법 취득·영구 보관이 남아 있으면 소송이 끝나지 않습니다.

2. ‘라이선스 시장’ 주장은 앞으로 더 정교해져야 한다

Meta 쪽에서는 “학습용 라이선스 시장을 인정하면 논리가 순환한다”는 취지의 논의가 등장합니다. 반대로 권리자 측은 “새로운 기술이 기존 시장을 잠식할 때, 저작권이 보호해야 하는 잠재 시장이 있다”고 맞섭니다. 이 충돌은 결국 항소심/대법원급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큰데, 제 생각엔 단순히 ‘우리가 라이선스 팔고 싶다’가 아니라, 실제로 성립 가능한 거래 구조와 대체 효과를 실증하는 방향으로 소송 전략이 진화할 겁니다.

3.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공정 이용 판단으로 다시 흘러들어온다

US Copyright Office 보고서는 “학습이 종종 변형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모델의 기능과 배포 방식, 그리고 (특정 장르에서) 유사 출력이 발생하는 위험을 중요한 변수로 봅니다. 즉, 앞으로는 “학습 단계의 복제”만이 아니라 출력물의 시장 대체 가능성이 공정 이용 분석에 더 직접적으로 결합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책 환경: 연방 vs 주(州), 그리고 ‘소송을 통한 정리’

한편 2025년 12월 백악관 행정명령은, 주별 AI 규제가 난립하는 상황을 문제 삼아 연방 차원의 국가 정책 프레임워크를 강조하고, 법무부에 주(州) AI 법률을 다투는 AI Litigation Task Force 구성을 지시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저작권 쟁점이 정리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연방법원이 각 사건의 기록과 업계 관행을 바탕으로 조금씩 기준을 만들어가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지도 모릅니다. 최근에도 Runway를 상대로 한 학습 데이터 관련 집단소송이 새로 제기되는 등, “원고가 누구인지(작가/유튜버/플랫폼)”와 “대상이 텍스트인지/영상인지”가 바뀌며 분쟁이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마무리: 지금 시점의 결론

Anthropic과 Meta 판결을 “AI 기업의 승리” 또는 “권리자의 패배”로 단순 요약하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제가 보기엔 두 판결이 공통으로 던지는 신호는 이렇습니다.

  • 학습의 변형성(1요소)은 강력한 논거가 될 수 있다.
  • 하지만 데이터의 출처·수집·보관은 별개의 책임 축으로 남아, 사건을 끝내지 않을 수 있다.
  • 결국 최종 승부는 시장 대체(4요소)를 누가 더 구체적으로 ‘증명’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지금 미국 법원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AI 학습이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면, 그 출발점에 있는 대규모 복제까지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가.” Anthropic과 Meta 판결은 모두 ‘변형성’의 문을 열어두었지만, 동시에 데이터가 어떻게 모였는지(출처)와 그 결과가 시장을 어떻게 바꾸는지(대체 효과)를 엄격하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승패는 ‘학습은 혁신이다’라는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 조달의 정당성과 시장 영향에 대한 실증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쌓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공정 이용은 면죄부가 아니라, 기술과 권리의 경계선을 그어가는 법원의 도구이고—그 선은 이제 막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관련글 더보기